1. 2023 IFYE in Taiwan
나는 대만으로 떠나기 전, 설렘과 걱정으로 캐리어를 가득 채웠다. 그 결과, 항공사의 수화물 기준을 초과하여 불가피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지만, 이 모든 것이 즐거웠다.
두 시간 반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동행자와 나는 길을 잃었다. 공항은 입국심사대까지 많은 인파로 안내선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 내부를 한참 헤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단체 관광객들이 우리 주위에 모여 이동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흐름을 따라가 무사히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대만 4H의 담당자 '다니엘'과 다른 국가의 IFYE 참가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마음이 조급했었다.
다니엘은 우리를 환영하며 간단한 인사 후에 ‘덥지 않아?’라며 질문했다. 대만은 정말 더웠기 때문이다. 특히 6월부터 9월 사이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더위에 대한 대만인들의 생활 스타일과 대처법을 배울 수
타오위안 국제공항
있었다.
공항 밖의 사람들은 양산과 텀블러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특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양산을 이용하였다. 한국에서 남성이, 특히 젊은 남성이 양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후에도 한 손에는 양산, 다른 손에는 냉차가 담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무수히 발견되었다.
타오위안 국제공항
우리는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고, 타오위안의 도시로 나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다. 여기서 대만의 교통카드 'Easy Card'를 선물 받았는데, 이 카드는 우리나라의 선결제 교통카드와 비슷했다. 내가 일행들과 함께 마트에 갔을 때는, 캐리어 가득 가져온 한국 음식이 무안해졌다.
마트 진열대 코너 곳곳이 한국 가공식품으로 도배되어있었고, 소스, 밀키트 등도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는 태국, 스위스, 미국 IFYE 참가자들과 각 나라의 음식들을 찾아보기도 하였다.
간식거리를 사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귀여운 소 조형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조형물의 의미가 충격적이었다. 길옆으로 흐르는 강은, 옛날에 소를 도축하고 그 피를 빼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뒤집힌 소 밑으로 빨간 물방울이 합쳐진 조형물이 탄생한 것이다. 대만의 예술은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법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특히 타이베이에 있는 ‘타이베이101’은 전통 도예에서 영감을 받아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건물 외벽의 패턴과 문양은 중국 전통 양식 같으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랜드마크였다.
2. 대만과 4-H
각국 IFYE 참가자들과 대만 4H 회원들은 3일간, 대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4H의 역할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지고 있다. 과거 여러 나라(네덜란드, 스페인, 일본)의 통치를 받은 영향으로 다양성을 가진 문화를 형성하였다.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현재의 대만은 중국 전통문화, 일본 문화, 그리고 원주민 문화 등이 공존하고 있었다.
대만 4H는 1952년에 시작되어 작년 70주년을 맞이하였다. '농민회'를 기반으로 농업과 관련된 프로젝트와 활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9세에서 24세까지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대만 4H에는 농업지도사, 직원, 그리고 봉사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4H의 회원들을 지원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대만 4H의 임직원과 회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조직을 소개하며, 동시에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명확하게 나타내었다.
셜린 엔 사무총장은 대만 4H가 IFYE(International 4-H Youth Exchange)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청년들에게 새로운 파트너십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대만 4H는 국제 사회와의 연결을 강화하며 더 넓은 시야에서의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4H 회원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견문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특히 농업인으로서 농기계를 개발하는 왕승린과,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 가게를 2대째 이어가는 회원의 이야기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왕승린 씨는 혁신과 기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농업 커뮤니티에서 모범적인 혁신의 사례로 자리하였으며, 그의 열정은 전통적인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또 다른 4H 회원인 ‘貓茶町’의 가족들은 농산물을 활용해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창업가였다. 貓茶町는 4H의 농업인들과 협력하여 신선하고 고품질의 재료를 공급받아 디저트를 만들고, 판매하였다.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세에 매우 큰 흥미를 느꼈다.
나는 대만 4H 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만의 농업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그들의 도전과 성취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어떻게 농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3. 가오슝으로
홈스테이 장소는 대만 최남단 도시인 가오슝(Kaohsiung)이었다. 대만 4H의 ‘린’의 차로 이동하였는데, 그녀가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오슝으로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여타 IFYE 참여자들과 다르게 자동차로 편안한 여행길에 올랐다.
린은 고향인 가오슝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오슝은 대만에서 2번째로 큰 도시로, 최대 과수류 생산지 중 하나로 유명하다고 한다. 농업인은 약 5만 3천 명 정도로, 공업과 무역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농업인의 수가 적은 편이라고 하였다.
오전 11시에 출발하여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가오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린과 그녀의 가족들은 내게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해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외국인인 내가 중요 가족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나는 기쁘게 수락하였다.
린이 단장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었다. 원래 유기견이었던 강아지는 순하고 애교가 넘쳤다. 대만에서는 개를 검은 개, 갈색 개, 얼룩 개, 흰 개 순으로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집으로 찾아오는
동물들에 대해서 너그러운 편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그들이 먼 옛날 조상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대만에 체류하는 동안 만난 많은 유기견을, 해치거나 쫓거나 욕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대만의 결혼식은 매우 즐거웠다. 결혼식에서 음악, 노래, 춤과 같은 예술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축가가 장장 1시간, 섭외된 전문 예술인의 공연이 2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11가지의 코스 요리가 끊임없이 제공되어 하객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예식장의 내부와 예복은 대만+서양 결혼식의 조합으로,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인 스타일을 함께 담고 있었다. 신랑 신부는 하객들에게 사탕, 초콜릿 등을 나누어 주었는데, 이는 신랑 신부가 주는 간식을 받으면 행복해진다는 기원도 담겨있다고 한다.
나는 결혼식이 끝나고 밤 9시가 되어서야 나의 대만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미타구 농민회의 전 고위직원이셨다. 엄마께는 두 딸이 있었는데, 각각 상하이와 타이베이에서 직장생활하고 있어 휴가철이나 주말에만 방문한다고 하였다.
그중 둘째딸이 다음 주중에 나를 만나러 가오슝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대만 음식과 대만에서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질문하고 기억하셔서, 정성 가득한 아침 식사와 간식을 주셨다.
27살 이후로 챙겨 먹지 않았던 아침밥을 매일 먹으면서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였다. 고국에 계신 친엄마께 아침밥이 너무 맛있고 매일 과일을 손질해주셔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더니, 돌아오지 말고 그냥 거기서 살라고 하셨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대만 엄마는 나를 대문 밖에서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엄마는 언제나 밝은 미소와 따뜻한 품으로 나를 안아주셨다. 그녀의 진심은 마치 내가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에 매일의 피로가 사라졌다. 홈스테이에서는 일상은 소소한 특별함으로 가득했다.
대만 엄마와 함께 공원에서 태극권을 배우고, 산책하고,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영화를 보며 어울렸던 모든 순간이, 매일 소밥을 주고 송아지를 돌보던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 안정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소중한 이야기가 되었다.
4. 가오슝의 농업과 부가가치 창출
대만에는 302개의 농민단체와 40개의 어민단체가 존재하여, 농업인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약 2.8배 정도 더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어, 효율적인 농업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려운 지형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과 지형관리 기술이 뛰어났다. 또한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 중 하나로 생산 과정에서 화학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유기농 농산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가오슝에서 단순하게 농산물 생산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방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만의 농업인은 평균 1ha 정도의 작은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다. 국토의 6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농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만의 농업은 첨단 기술과 지속 가능한 재배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 농산물 및 유통 채널 전반에 걸친 이력 추적과 유기농 및 고품질 농산물 인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한다.
나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화광목장’에서, 대만의 유기농 인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화광목장은 대만에서 최초로 목초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목장으로, 산양고기와 산양유를 생산하고,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농가였다.
유기농 산양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넓은 목초지를 확보하고 목초지와 축사 주변에 격리대가 설치되어있었는데, 이는 2년의 기간에 걸쳐 인증기관의 시료 채취와 검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5~6개의 지정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거나, 농민회의 협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만 정부는 비용의 30%를 지원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내가 축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하였을 때, 농장주는 이전에 젖소를 300두 이상 사육하였다는 경험을 공유해주셨다. 농장주께서 산양으로 품목을 변경하게 된 계기는, 농장을 확장하고자 하였으나, 인/허가의 문제로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대만의 가축 사육법에 따르면, 가축 사육장은 인근 마을로부터 300m 이상 거리를 유지하여야 하고, 인근 거주자의 동의와 행정의 승인을 요한다. 그래서 초기 진입의 어려움으로 축산업을 시도하려는 신규 농업인의 유입이 적어져, 축산인의 수가 감소 되는 분위기임을 알 수 있었다.
산양으로 품목을 전환한 이후로, 화광목장은 유기농 인증을 통해 고객층을 확보하고 판로를 확대하였다. 목장에서 생산되는 산양유의 가격은 2L에 16,500원 정도인데, 이를 원료로 산양유 아이스크림, 밀크티, 비누 등 가공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농장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어린 산양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은 매우 인기가 있으며, 매년 2,000~3,000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내가 대만을 방문한 7월에는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으로 인해 가축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감염된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래서 내가 질병에 대한 대처에 대해 질문하자, 대만 역시 구제역과 같은 1종 전염병이 발병하는 경우 살처분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가축 전담 수의사의 부족과 치료 비용의 문제도 농가의 어려움으로 지적된다고 한다. 화공농장은 번식을 초임의 경우 수컷 산양으로 자연번식을 하고, 이후 2산 차부터 인공수정을 통해 개량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브루셀라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산양을 번식시키는 스트로우를 보관할 때, 농장주께서 이용하시는 질소통은 4개로, 개량에 사용되는 스트로우는 수입하거나 농민회를 통해 구매한다.
산양의 뿔을 제거하는 시기는 생후 40일 이전으로 인두를 이용하여 지지는 방식으로 제각하고 있었다. 내가 송아지 뿔을 제각 할 때는, 생후 20일 이전에 황산 성분의 연고를 이용하는데, 화공목장에서는 완벽한 제각을 위해 인두를 사용하고 있었다.
HACCP 인증을 받은 ‘역이목장’의 경우, 홀스타인 젖소를 사육하는 스마트팜 목장으로, 이 목장의 바닥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형태였다. 바닥에는 우상 바깥으로 분뇨를 밀어내는 스크레퍼가 설치되어있었는데, 배설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시설이었다. 이 시스템은 빠른 분뇨 수집을 가능하게 만들며, 수집된 분뇨는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사용된다.
첫 번째는 수분조절재(톱밥, 왕겨)를 섞어 퇴비로 변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수분조절재의 대량 소모로 인해 경제적 비용과 저장의 불편함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액체 상태로 저장하는 액비화이다. 혼합분뇨를 분리하여 고형물은 퇴비화하고 액상은 액비화 하는 방식으로, 역이목장에서는 두 번째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저장된 액비는 주로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되거나, 외부로 판매되어 농장의 부가가치로 이용된다. 이를 통해, 자원의 재활용과 함께 농산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종합하면, 역이농장의 분뇨처리는 생산에서 폐기까지 순환 체계를 구축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품질이 좋은 옥수수 사일리지
나는 대만의 조사료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대만에서는 1년 최대 4번의 옥수수 재배가 가능하며, 대부분의 농가는 옥수수 사일리지를 급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kg당 500원대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과 사료용 옥수수는 거의 수입에 의존키에, 구하기 어려운 옥수수를 아낌없이 젖소에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러웠다.
그러나, TMR 제조 과정에서 미국산 수입 건초가 들어가는데, 이는 젖소의 우유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수입 건초를 사용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수입 건초와 TMR 배합기
특히 송아지들의 경우 성장에 있어서, 수입 건초에서 얻을 수 있는 필수 영양소가 존재한다. 대만에서 티모시나, 알파파와 같은 조사료 재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농지 면적의 차이와 노동력 대비 수확량이 적어 수입하는 것이 오히려 농가에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이농장은 고품질의 사료를 먹은 젖소가 품질이 좋은 원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사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씀하였다. 또, 로봇 착유기를 설치하면서 젖소 1두당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 농가에서도 착유 작업에 드는 노동력과 시간이 감소해 농가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초기 투자 비용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로봇 착유기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어 대만 정부에서도 보조사업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의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면서, 스마트팜은 농업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자동 급이 시스템, 스마트 센서, IoT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보급된 기술이지만, 대만의 현대적인 기술과 첨단 시스템을 활용한 축산 스마트팜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돼지 사육농장에서는 혁신적인 친환경 에너지 생산 사례를 발견하게 되었다.
분뇨에서 발생한 가스로 작동하는 버너
이 돼지 농장은 가스 발생을 연료로 이용하여 농업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는데 돼지의 배설물에서 발생한 가스를, 흡기시설을 통해 모아 저장하고 이것을 연료로 관을 통해 버너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이것을 바이오가스 생산이라고 불리며, 돼지 배설물에서 생성되는 가스가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구성되어 있어 가능하다고 한다.
농장에 ICT 기술을 적용한 운영 방식과 돼지들의 사육 과정, 사료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돼지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축사 바로 옆의 가공 시설에서는, 소시지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고기는 도축장을 거쳐 이 가공 시설에서 소시지로 탄생한다. 100% 돼지고기로 만들어진 소시지는 풍부한 맛과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된 소시지는 소규모 직거래로 판매되며, 제한된 판로와 수익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대량생산에 대한 허가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규제와 표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과 준비한 과정이라고 한다.
아련구농민회에서 만난 꿀벌 농장은 과수원에서 꿀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망고와 리치와 같은 과일나무에서 생산되는 꿀은 특유의 맛과 향이 느껴졌다. 이러한 다양성이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롱옌(龙眼)꿀). 또한, 꿀 생산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농장 투어, 꿀벌 먹이 주기 체험, 꿀 맛보기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꿀에 흥미를 일으키는 농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었다.
실시간 라이브커머스
특히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농업인이 도전하고 있는 라이브커머스가, 대만에서도 농산물 판매에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농산물 유통과 소비자-농업인의 관계가 밀접한 관계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대만의 농업인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농산물을 소개하고,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질문에 답하는 상호작용은,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와 만족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농장 안에서의 방송 진행은 생산 과정, 품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소비자들의 소비활동에 확신을 주는 듯했다.
망고와 구아바 농장에서는 대만의 드넓은 자연환경 속에서 수많은 망고와 구아바들을 맺은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가오슝은 사계절 재배가 가능하고 과일 품질이 좋은 만큼 과일 최대 생산지로 유명했다.
열대 과일은 기온 차가 크고 햇볕이 적당해야 맛과 품질이 좋아서, 많은 농장이 산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台農芒果이라는 망고 품종을 재배하고 있었는데,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이라고 하였다.
나는 관상식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농업에 이상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기후가 부러웠다. 특히 가오슝은 눈이나 우박과 같은 기상 현상이 거의 없어 윈치커튼과 같은 바람막이 개념의 가림막은 설치되어있었으나, 난방시설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대신 농가에서는 특별한 차광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설치된 차광막은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식물의 종류에 따라 한 겹과 설치된 경우는 80%의 차광 효과가 있었고, 몬스테라와 난 등에는 두 장을 겹쳐 90% 이상 차광하였다고 설명하였다. 대만의 기후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된 이러한 차광 시스템은 식물의 성장에 적절한 빛 조건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재배된 식물들은 주로 수출이나 마트 및 이케아와 같은 대규모 판매점에 납품되며, 소매점으로의 납품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침 농가에서 관리되는 카트 안에는 한국으로 수출되는 선인장들이 담겨있었는데, 이 선인장을 현지에서 구매하면 2달러 정도에 판매되지만, 한국에서는 최저 1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5. 대만의 문화와 먹거리
타이난의 치메이 박물관과 가오슝 문화예술지구는 대만에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이다.
치메이 박물관은 쉬메이 그룹의 창립자인 쉬원룽 회장의 80년간의 노력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대만의 예술과 문화를 담은 특별한 공간이다. 박물관의 아름다운 외부 전경은 마치 유럽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데, 특히 신화의 신들이 조각된 다리와 하얀 대리석 건물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넓은 호수 주변에는 우아하게 헤엄치는 수많은 물고기와 거위, 오리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호수의 푸른 물은 맑고 투명한데, 거기에 물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떠도는 동물들의 모습은 박물관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들었다.
가오슝 문화예술 지구는 예술, 디자인, 문화,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다양한 예술 시설과 공연장이 위치하며 공연, 축제 등이 개최되고 있었다.
디자인 관련 학교와 기업들의 중심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탄생하는 장소인 만큼,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예술인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오슝 예술지구를 배경으로 제품 홍보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일본의 우키요에 스타일 회화 작품과 건물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대만이 역사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타이난을 방문하였을 때, 나는 1932년 지어진 일본식 백화점, 하야시백화점(松菸百貨)을 둘러 볼 수 있었다. 하야시 백화점은 제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영업을 유지했으며, 그 당시 일본 식민지로서 영향력이 반영된 역사적인 장소 중 하나이다. 독특한 건물 구조와 내부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상품들이 전시되어있어 타이난의 지역 특색이 가득한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대만과 한국은 현대적인 역사에서 식민지 지배를 각기 다르게 경험하였기 때문에 한국은 일제의 잔재를 지우는데 주력하는 한편, 대만은 역사적인 식민지 지배의 상징적 장소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가오슝의 차오터우 설탕공장 역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시작되어 대만의 사탕수수 농업이 발달하게 만들었고 설탕공장에서 설탕을 생산하여 지역경제 성장에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설탕공장은 관광명소로서도 인기가 있었는데 방문객들은 설탕 생산 과정을 박물관에서 견학하고 설탕 관련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같은 식민 지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식민지 시대에 건립된 건축물, 미술품, 문학작품 등은 문화적 유산으로 보존함으로써 역사적 변천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용산사는 정취와 평온의 공간으로 내게 다가왔다. 고요한 입구를 지나 들어서자, 맑은 연못과 정교한 꽃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불교적인 아로마가 나를 감싸며, 숲속에서 흐르는 시원한 바람이 신선한 공기를 전해주었다. 나는 작은 신전 앞에서 고요함 속에 안착했다. 용산사의 사원은 정성이 담긴 그림과 조각품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불의 빛이 그림의 각선미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산책을 즐기며, 불교의 철학에 접근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대만의 문화와 역사의 정점을 IFYE의 마지막 날, 타이베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용산사는 정교한 조각물과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여러 신전과 삼층탑은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용산사의 정취와 평온이 나를 감싸며 불교의 철학에 접근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용산사는 종교적인 의미와 함께 문화와 예술의 보고였다. 나는 대만의 역사, 예술, 종교가 어우러진 이 특별한 장소에서의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다.
용산사를 떠나 중정기념관으로 향했다. 도심의 거대한 광장에 우뚝 솟아있는 중정기념관은 대만의 역사와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화려한 건물 주변은 숲과 연못이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에게 조용한 안식처가 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중정기념관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해가 저물어갈 즈음, 중정기념관에서 내려다보이는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이 짧은 여정을 통해 대만의 오롯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가오슝 안에서 다채로운 먹거리를 만끽하였다. 첫 번째로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훠궈였다. 쇠고기, 해물,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냄비 속에서 어우러져 대만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먹은 훠궈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훠궈였는데, 주변 낙농가에서 온 우유를 사용하여 탄생한 이 훠궈는 기존의 육수에 우유가 첨가된 ‘우유 훠궈’였다. 그 결과물은 보통의 훠궈와는 완전히 다른 맛을 자아냈다. 우유의 고소한 맛이 풍부한 양념 맛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작은 식당 안에는 부드러운 우유 향이 풍겼다. 식당 사장님께서는 훠궈 조리에 사용되는 우유를 자랑스럽게 소개하셨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지역의 농산물을 홍보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다음은, 양고기와 소고기였다. 대만의 양과 소 등의 가축은 도축된 후 등급과 가격이 정해지는 과정이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 등급을 정하는 기준으로 고기 색, 육량, 근지방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대만에서는 품종과 출생지, 체형과 건강 상태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육류가 부드러운 질감과 풍부한 지방층이 있어 특유의 진한 맛이 나는 반면, 대만의 육류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한우 거세 비육 기준, 1등급에 근내지방도는 6정도?)느낄 수 있었다.
가오슝의 거리를 거닐면 쉽게 볼 수 있는 ‘열대과일’은 대만의 따뜻한 햇살, 지리적 특성의 나타내는 최고의 농산물이었다. 나는 홈스테이 중 매일 아침 신선한 과일들을 먹을 수 있었다. 모두 대만 엄마의 배려였다. 내가 과일을 좋아한다고 말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망고, 구아바, 용과가 식탁 위에 올랐다. 열대과일은 먹자마자 입안을 달콤함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나는 대만의 한 전통 카페에서 커피에 그림을 그려보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바리스타는 우유 거품 가득한 카푸치노를 내려 주었고, 초콜릿과 식용 색소를 이용한 과정을 걸쳐 나만의 커피를 만들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루피’를 그려보기로 하였다. 결과물은 썩 훌륭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이었다. 봉산구농민회의 직원들이 내 작품을 칭찬해주어서 기쁠 뿐이었다. 곁들여 먹을 음식으로는 쌀떡을 만들었는데, 떡에 사용되는 쌀의 품종이 한국과는 달라 식감이나 당도 맛의 차이가 확실했다.(한국의 찹쌀떡과는 모양이나 만드는 방법은 유사하였지만).
나는 서점에 가보고 싶었다. 봉산구농민회의 가족들은 흔쾌히 나를 서점에 데려다주었고, 이 과정에서 대만에서 처음으로 스쿠터를 타볼 수 있었다. 대만의 높은 온도 때문에 스쿠터의 안장은 매우 뜨거웠다. 잘못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손바닥으로 안장을 두드려 열을 식혀보려 했지만 차이가 없었다.
대만에는 많은 대중교통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쿠터를 이용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저렴한 유지비용과 빠른 속도 그리고 좁은 길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택시는 너무 비싸고,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이용객의 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대만에서 스쿠터를 타본 경험을 서술하자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넘어지면 중상이라는 생각에 불안했기 때문에 손아귀 힘으로 매달려있었다.
나는 서점에 도착해서 4-5세 연령의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글자 책을 골랐다. 그러자 봉산구농민회의 가족들은 매우 기뻐하며 내가 고른 책을 선물해 주었다. 과연 4-5세 교육용 책자인 만큼 폰트는 크고, 한 장에 한 글자씩 나열되어있어 따라서 쓰고 읽기 편했다. 봉산구의 직원들은 나에게 중국어 발음으로 한자를 읽어주고 영어로 발음을 적어주기까지 하였다. 나를 가르쳐주시는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으로 학구열에 불타는 하루였다.
6. 맺음
이 작은 섬나라에서 보낸 소중한 순간들은 나에게 평생의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먼저, 나는 가오슝의 농민회, 그리고 4H에서의 환대에 크게 감동했다.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내가 새로운 친구, 가족을 얻은 느낌을 주었다.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오슝의 농민회와 4H는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섭외하는 등 내게 편의를 제공해주었다. 이것은 나에게 언어의 중요성과 의사소통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손수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대화하는 순간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모든 IFYE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나는 이곳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돌아가야 한다. 대만의 IFYE 프로그램은 나에게 정서적 보화를 선사해 주었다. 특히 농산물 가공과 부가가치에 대한 조사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다양한 특산품으로 가득하다. 우리 농산물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계속되어, 우리나라의 농업과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