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호스트 패밀리 가족인 Anne와는 Riihimäki역에서 만났다. Anne은 학교에서 농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나는 Anne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의 사생활에 관해 질문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먼저 자기 얘기를 말하거나 묻는 게 아닌 이상 물어보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Anne는 3명의 남자아이들과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나는 여동생만 있고 여자 사촌이 많다. 이런 나에게 생긴 남자 형제라니! 그리고 동물을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 생긴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이라니! 줄곧 아파트에 살며 집 앞마당을 가져본 적도 없는 나에게 생긴 넓은 마당과 트램펄린, 놀이터라니!
강아지 아르마와 막내 5살 vilhem은 처음에는 나를 낯설어하며 계속 피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옆에 그들은 함께 했다. 강아지 아르마가 내 침대에 올라오며 나를 기다리고 자기 배를 보여주는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개털과 개 냄새에 예민한 나였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vilhem은 나와 단둘이 있는 걸 어색해했지만 어느새 자기 옆에 내가 있어 달라 말했다. 저녁 시간 단둘이 방문을 닫고 시간을 보낸 것도 기억에 남는다.
Anne 가족은 넓은 호수 앞 사우나가 딸린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소시지와 고기를 구워 먹고 수영을 했다. 수영을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던 나였지만 깨끗한 호수를 보니 물과 가까워지고 싶어 깊지 않은 곳에서 물놀이를 하였다. 비교적 강한 햇빛 속 물은 정말 깨끗했고 눈 앞에 펼쳐진 숲들을 보며 그동안 복잡한 생각들로 지친 내 마음이 진정되는 걸 느꼈다.
6월 29일 Anne과 vilhem과 함께 Tampere에 갔었다. Anne는 예약한 안과 진료를 vilhem과 받으러 가고 나는 그 시간 동안 혼자 Tampere를 구경했다. 외국에서 혼자 큰 도시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7월 1일 Anne의 여동생과 여동생 친구와 헬싱키에서 만났다. 비 오는 날 쌀쌀한 날씨 속 혼자 타는 기차에 두근거렸다. 그들과 헬싱키를 구경하며 즐겁게 지냈었다. 이날은 번역기 없이도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 신이 났었다. 그들과 헤어지고 바아버(anne의 남편)가 나를 역까지 데리러 왔다. 비교적 어색한 사이인 바아버와 단둘이 차 속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바아버는 나에게 궁금한 게 정말 많았었고 1시간가량 우리는 계속 질문을 주고받았다. 나는 궁금해졌다. “당신이 ifye 프로그램 host family를 신청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속으로 나는 그래도 무슨 이득이 있어서 신청한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아버는 나에게 웃으며 ”why not?"이라며 기꺼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의 젊음을 부러워하며 많은 곳을 여행하라며 조언해주었다. 나 역시 먼 외국에서 온 누군가에게 계산적인 마음을 뒤로 한 채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5일 핀란드 최대 규모인 농업 전시회를 갔다. 무수히 많은 농기계를 보며 입이 쩍 벌어졌다. 7일은 LOPPI 지역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LOPPI 4H 친구들은 이날 케이크를 만들어 직접 판매까지 하였다. 케이크를 만들어 본 적이 없지만 6시간 동안 또래 친구들을 도와 케이크를 만들었다. 핀란드에서 또래 여자인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는데 만나서 반가웠고 힘들었을 텐데도 정리까지 완벽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해보지 않은 많은 것들에 도전한 시간이었다.